간격 / 정용화

 

 


봄이 오고 있다

겨울에서 이곳까지 굳이

기차를 타지 않아도 된다

걷다 보면 다섯정거장쯤

늘 겨울곁에 있는 봄

그 간격이 좋다

 

친하지도 무심하지도 않은

꽃과 잎사귀쯤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슬픔과 기쁨사이

가끔은 눈물과 손수건만큼의

그 간격이 좋다

 

허공을 채우고 있는

겨울, 나무와 나무사이

외로움과 외로움사이에 떠 있는 간이역

기차표와 역전다방의 여유

그만큼의 간격이 좋다

 

미처 떠나지 못한 겨울과

오는 봄을 내버려 두고

그대와 나사이

그 간격속에 빠져 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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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hdy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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