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락1
(정연복)
풍성히 무리 지어
서로들 몸을 비비고 있는
보랏빛 꽃도
더없이 아름답지만
말없이 풍기는
은은한 향기
잠시 코끝에 스치다가는
가슴속으로 파고든다.
나는 꽃으로
너는 사람으로
이 땅에 잠깐 머물다 가는
안개 같은 생.
나쁜 마음일랑 먹지 말고
어두운 생각일랑 하지 말고
그냥 나같이
밝고 순하게 살다가
좋은 향기 한 줌 남기고
후회 없이 떠나는 게 어떠냐고
내 가슴에 대고 조용조용
속삭이는 라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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