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락1

 

        (정연복)

 

풍성히 무리 지어
서로들 몸을 비비고 있는


보랏빛 꽃도
더없이 아름답지만


말없이 풍기는
은은한 향기


잠시 코끝에 스치다가는
가슴속으로 파고든다.


나는 꽃으로
너는 사람으로


이 땅에 잠깐 머물다 가는
안개 같은 생.


나쁜 마음일랑 먹지 말고
어두운 생각일랑 하지 말고


그냥 나같이
밝고 순하게 살다가


좋은 향기 한 줌 남기고
후회 없이 떠나는 게 어떠냐고


내 가슴에 대고 조용조용
속삭이는 라일락.

'좋아하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은 자주 오지 않는다 (김재식)  (0) 2021.07.18
고향 (백석)  (0) 2021.05.30
단 한사람 가졌다 (정찬우)  (0) 2021.05.22
푸른밤 (나희덕)  (0) 2021.04.24
행복론 (최영미)  (0) 2021.04.24
Posted by phdyang
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