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211 이태원

그냥글 2016. 12. 11. 22:17

신나게 자전거를 타고 왔다.


심난한 마음을 깨끗하게 씻어내고 싶었다.



남산타워


서울N타워


자전거를 타고서 여행 아닌 여행을 했다.



하얏트 호텔 앞, 소월길에서 찍은 용산 광경이다.


겨울의 풍경!


저녁이 어두워지면 해가 기울고 노을이 물든다. 카메라로 담으면 보이지 않는데, 하늘이 보라색이 된다. 


빠져들것 같은 보라색이다. 어릴적 이태원에 살 때에는 아파트 꼭대기층에 살았다. 5층짜리 아파트였지만 집 앞이 탁 트여 있어서 관악산까지 볼 수 있었다.


그때 바라보던 겨울 저녁의 하늘은 몹시 슬펐다. 어린마음에 견딜 수 없이 슬펐던 기억이 난다. 베란다에서 바라보던 그 겨울 저녁의 모습은 


어린이의 숨을 멎게 만들 정도로 슬펐다. 유년시절의 기억이 점차 사라져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슬픈 보라색의 저녁 하늘은 머리에 깊이 새겨져 지워지지 않는다.


초저녁 위성방송으로 보던 일본 어린이 프로가 끝나가면 해가 지기 시작한다. 노란 태양이 서녘으로 넘어가고, 지평선 가까이 노을이 젖어든다.


노을은 붉은색이다. 뜨거운 노란색! 하늘은 차가운 보라색이 된다. 차라리 밤이 다가와 어둠이 드리우면 따뜻해질것 같았다.


오늘 이태원에 살던 그때를 떠올리는 이유는 한바탕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본 하늘 때문이다.


기분좋게 욱신거리는 허벅지를 느끼며 소월길을 올라갔다. 차도에는 BMW 바이크 한대가 고장나서 길을 막고 있었다. 


소월길에서 문득 울타리 넘어 아래를 내려다보았고 예상치도 못했던 그 보라색 하늘을 보고 말았다.


그리고 동시에 유년시절의 환영도 튀어나오고 말았다.


그렇다. 유년시절의 환영이다.





(그/그녀)가 결혼을 한다고 해서 뒤숭숭했다.


나는 언제 결혼을 할 수 있을까? 라는 물음에 뒤숭숭했던게 아니다. 난 (그/그녀)에 대해서 아직도 미련을 갖고있다.


(그/그녀)는 항상 대단했다. 오랜만에 만나면 나의 예상을 뛰어넘었고, 깜짝 놀랄만큼 성장해 있었다. 


덕분에 나는 박탈감을 느꼈고, 위축되었다. 가만히 있는 나를 시시하게 만든다.


돌이켜 보면 스스로 시시해지지 말아야지 생각을 한다.





자전거를 탄 덕분에 내가 있어야 할 곳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Posted by phdy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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